물방울
"왜 다들 암기를 껄끄러워 하는 건가요?"
백마의 질문에 암기는 모닥불을 쳐다보고 있던 시선을 백마에게로 돌렸다. 백마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 했다.
"백마도사들이랑 같아. 우리도 해서는 안 될 짓을..했지..그건 당연하고 금기시 되어있는 거야.."
"금기..."
암기의 말에 백마는 자신의 직업인 백마도사는 옛날 옛적에 암다포르 라는 나라를 금기법으로 인해 멸망시켰다. 그러나 암기가 얘기하는 금기. 암흑기사로인해 나라가 멸망했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다. 그렇다면
"살인.."
"우리 암흑기사들은 정의를 위해서라면 금기도 어기면서 까지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야..하지만 너네 처럼 이미 옛날 얘기다"
암기의 말에 백마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얘기하면 안될 것을 얘기하게 만든거 같아. 고개를 푹 숙인다.
"신경쓰지마, 다른 암흑기사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신경쓰이지도 않고, 감흥도 없어. 그런걸 느낄 감정도 흐려졌지"
"슬프네요.."
백마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작게 얘기했다. 잘 들리지 않아서 암기가 다시 물어보니 백마가 슬프다고 얘기했다. 그런 백마의 말에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감정이, 느낄 수 없다는게 슬프잖아요..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슬픈 것도 행복한 것도 느낄 수 없다는게..!"
"나는 그렇게 훈련 받았.."
"그게 슬프다는 거예요..!"
암기의 말에 백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화를 냈다. 그리고는 다가가 두 손으로 암기의 뺨을 감쌌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마를 대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다.
"기쁘면 웃어도 되고, 화가 나면 화내도 되고, 슬프면 울어도 되요.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것은 강함이 아니에요..감정을 감추는 그런 잔혹한 짓은 하지마요.."
암기의 손등 위로 백마의 식어가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조용히 울고 있는 백마를 바라보다. 자신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왠지 모를 따뜻함이 채워졌다.
"여긴 조금 네가 고생해야 될 거야"
"걱정 마세요, 경력 있는 백마도사거든요..!"
암기와 백마는 던전에 들어갔다. 길을 헤쳐 나가고, 마지막 보스몹과의 전투가 벌어졌다.
"??"
핑! 소리와 함께 보스몹은 백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백마는 눈치 채지 못 하고 암기에게 힐을 주고 있었다. 암기는 피격이 백마에게 간 것에 급히 백마를 불렀다.
"백마!"
"왜...요?"
암기가 불렀으나, 늦었다. 보스의 레이저 공격에 백마의 몸이 꽤 뚫렸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Hp가 0이 되었다. 암기의 심장이 철렁했다. 심장이 멈춘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보스다. 보스의 체력도 얼마 없었다. '산송장' 암기가 기술을 썼다. 버티고 버텼다. 산송장 속에서 자신의 몸 주위에 초록빛이 옅게 돌고 있었다. 백마가 죽기 직전에 써주었던 '메디카라'와 '리제네' 이었다. 보스를 겨우 처치했지만, 산송장이 끝나간다. 메디카라도 리제네도 없다. 암기는 끝이라 생각했다. 순간, 발끝에서 부터 엄청난 속도의 빛이 암기를 감쌌다.
"아슬아슬 했네요, 그렇죠?"
"!!?"
백마가 웃으며 '거룩한 축복'을 썼다. 같은 파티원이였던 흑마가 '신속한 마법'이 없는 채로 '레이즈'를 시전 하느라 시간이 걸렸던 모양이다. 암기의 체력을 꽉 채운 것을 확인하니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백마가 주저앉았다.
"아아..다리에 힘이...암기님 무사해서 다행..!"
암기가 주저앉아 있던 백마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런 암기의 행동에 백마도 파티원들도 휘둥그레 떠지며 암기에게 시선이 몰렸다. 백마는 시선이 고정된 기분에 암기를 떼어놓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귓가에 작게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어깨가 젖어드는 것을 알게 된 백마였다.
"다행이다..."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백마는 살며시 암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암기의 물방울이 잦아 질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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